페토의 역설 Ⅰ

흰긴수염고래가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

해결책은 ‘진화’와 ‘종양’

김태봉 기자

작성 2020.05.05 23:41 수정 2020.05.11 10:05

 

암은 무섭고도 신비롭습니다.

암세포를 더 잘 죽이기 위해 연구를 하던 도중, 우리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생물학적 모순을 발견했습니다. 몸집이 큰 동물들이 암에 면역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전혀 말이 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몸집이 클수록 암도 더 많아야 할텐데 말이죠.

 

이유를 알려면, 우리는 먼저 암 자체의 특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수백개에서 수백만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단백질 로봇입니다. 오직 화학 반응만의 영향을 받으면서,생물 구조를 만들거나 해체시키고,물질대사를 유지하여 에너지를 얻거나,자신과 거의 똑같은 복제품을 만들어 내죠. 이러한 복잡한 반응을 우리는 '경로'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방대한 생화학적 연결망으로써,서로 뒤얽히고 쌓여있죠. 대부분 인간의 의식으로는 거의 이해할 수 없지만,그런데도 완벽하게 작동합니다.

오류가 나기 전까지는 말이죠.여러 해에 거쳐 수많은 연결망 속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반응들 중,중요한 건 오류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니라, 바로 "언제" 일어나느냐 입니다.

 

작은 오류들이 쌓이고 쌓여, 거대한 조직이 부패하게 되죠.이것이 통제불능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우리 세포에는 자살을 위한 스위치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위치가 완벽한 것만은 아닙니다.작동을 실패하면 암세포로 변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암세포는 면역체계에 의해 재빨리 제거되지만,이는 숫자싸움일 뿐입니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세포는 우리 몰래 어느 정도의 오류를 축적하여, 자기 자신을 더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동물은 이러한 문제를 상대해야 하죠. 일반적으로, 종류가 다른 동물들도 세포의 크기는 같습니다. 쥐의 세포가 사람의 세포보다 작지 않은 것처럼요. 단지 세포의 총 수가 적고, 수명이 더 짧을 뿐입니다. 세포 수가 적고 수명이 짧다는 건,오류가 발생하거나 세포가 돌연변이가 될 확률이 적다는 뜻이 되죠.

적어도 그래야 할 텐데요.

 

사람은 쥐보다 50배 정도 더 오래 살고,세포 수도 쥐보다 1000배 더 많습니다.하지만 암 발병률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쥐 모두 같죠. 더 이상하게도,사람보다 3000배 정도 더 많은 세포를 가지고 있는 흰긴수염고래는 사실상 암에 아예 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페토의 역설" 입니다.

 

몸집이 거대한 동물들이 기대치보다 암에 훨씬 덜 걸린다는,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깨달음이죠.과학자들은 이 역설을 설명하는 데에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진화' '중복 종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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