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책을 절대 빌려주지 말라

신연강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31 11:19 수정 2020.07.31 11:28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에 관한 여러 생각이 있습니다. 한 후배는 책은 반드시 사서 본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필요한 부분에 메모하거나 표시를 할 수 있고, 또 글감으로 보존하거나, 그 밖에 책을 소장하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르면, 젊은 시절 책을 사는 데 쓴 돈만 제대로 모았어도 지방에 아파트 한, 두 채는 사놓았을 것이라 합니다. 조금 과장된 얘기겠지만, 그의 말을 들으면서 웃는 이유는 이같이 상궤를 벗어난 독특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직 주위에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똑같은 사고를 하고, 사회가 한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 그런 이유로 이 후배는 글 읽기와 글쓰기를 통한 소중한 벗입니다.

 

요즘은 그 후배도 나이가 드는지 슬슬 비우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방과 거실, 그리고 베란다 등 곳곳을 다니며 드러내고, 끄집어내고, 쓸어낸다고 합니다. 젊어서 멋모르고 책에 몇억을 투자했다고 한탄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 돈을 허투루 쓴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와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는 지혜와 번뜩이는 재기, 그리고 작가로서의 통찰력이 그만큼의 값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그의 사무실에 들러서 눈에 띄는 책을 빌리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책을 한 권 읽다가, 책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에 관한 여러 생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문구를 만나서 한바탕 웃어버렸습니다. “절대 책을 빌려주지 말라. 아무도 돌려주지 않으니까. 내 서재에 있는 책은 모두 남들이 빌려준 책이다.”라고 아나톨 프랑스가 말하더군요.

 

심지어 책을 빌려주는 자는 바보다. 책을 돌려주는 자는 더 바보다라는 아라비아 속담도 있다고 하니……. 빌리는 마음이 복잡해지며 갈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물론 빌린 책은 꼬박꼬박 반환했습니다. 절실한 마음으로 빌린 만큼, 분명하게 말입니다. 저도 책을 빌리지만, 더러 빌려주기도 했고, 심지어 도난당하기도 했지요. 드물게는 없어졌던 책을 다시 찾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할 때, 빌린 책은 반드시 돌려준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때면 책과 마누라만큼은 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시미즈 이쿠타로의 말도 가슴에 들어옵니다만, 책을 대하는 아주 너그러운 마음을 만나면 책을 움켜쥐는 마음이 옹졸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조선 시대 최석정은 상당한 장서를 소유했으나 장서인을 찍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식들에게도 책은 공공물이니 사사로이 지키기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훈계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데이빗 하비David Havi가 말한 공공재에 책을 포함해도 될 듯합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그 정도의 관대한 마음을 가지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미국에도 책에 대해서 관대한 작가가 있습니다. 북회귀선의 저자 헨리 밀러 Henry Miller1930년대에 남녀의 애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아주 자유분방한 작가로서 즐거움은 강과 같다. 끊임없이 흐른다. 우리 또한 음악처럼, 끊임없이 흘러야만 한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에 대해 돈은 순환해야 한다. 고이면 썩는다.”라고 말하듯, 자유분방한 밀러가 책에 대해 책은 돈처럼 순환해야 한다. 책과 돈은 가능하면 많이 빌려주고 많이 빌려오라좋아하는 책을 갖고 있으면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 세 배로 풍요로워진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닙니다.

 

어떤가요? 풍요로운 세상을 위해, 읽은 책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심이……. 책에 대한 태도 어떤 것이 좋을까요,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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