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형주 7% 급등, 한국 중소형주는 왜 못 올라?

2024-07-19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단기 조정을 받으면서 중소형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소형주를 모으는 러셀 2000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7% 가까이 급등했고, 이를 추종하는 ETF와 ETF의 수익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대로 국내 증시에서는 대형주가 오르고 있는 반면 중소형주는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러셀2000지수는 지난 15일(현지시간) 2187.02로 지난 11일 21250.04, 12일 2148.27에 이어 다시 소속점을 갱신했다.


6월 말과 비교하면 6.8% 급등한 것이다.


러셀 2000 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 1001위에서 3,000위에 해당하는 2,000개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국내 사업주로 구성되어 있어 미국 실물경제의 건전성과 중기 전망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ETN 수익률도 빠르게 뛰고 있다. 러셀 2000 지수의 일별 변동폭을 2배로 확대한 신한 레버리지 러셀 2000 ETN은 최근 한 달 새 16.58% 급등했다.


미국 증시에서 러셀 2000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러셀 2000 ETF(IWM)는 같은 기간 9.29% 상승했다.


러셀2000 구성종목 중 가치주를 담고 있는 아이셰어즈 러셀2000 밸류 ETF(IWN)의 월 수익률은 9.46%로 같은 기간 성장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러셀2000 그로스 ETF(IWO)의 8.92%를 약간 웃돌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러셀2000은 다른 지수에 비해 상대적인 약세가 지속되며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째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들의 약진에 힘입어 나스닥종합지수가 20% 이상 급등하면서 나스닥과 러셀2000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 격차가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인 27%까지 벌어졌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0%로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혜주로 꼽히는 중소형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나스닥을 구성하는 대형 기술주들의 단기 과열이 심화되자 투자자들은 기술주에서 차익을 챙기고 대신 극단적인 저평가 가격이 부각된 중소형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열 부담이 큰 종목은 쉬고 있는 가운데 장기 한계주가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반등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 대형주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코스닥 중소형주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한 달간 3.7%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1.1% 하락했다. 코스피 대형주(+4.8%)와 코스닥 중형주(+4.8%)가 상승을 주도했고, 중형주(-3.2%)와 소형주(+0.3%)는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자금력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4조9848억원),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등 코스피 대형주가 차지했다. 코스닥 종목 중 순매수 1위는 엔켐(78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1조1478억원), 넷마블, 신한지주, 현대 글로비스 등 코스피 대형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스닥 종목 중에서는 제이에스메디칼(777억원)이 16위를 차지했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실적 부진은 대형주 중심의 AI·반도체 쏠림 현상, 코스닥 상위 종목의 실적 성장 부진,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 등 복합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